심각한 인력난을 배경으로 기업들이 초임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도쿄 23구의 1인 가구용 아파트 임대료는 이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이제 혼자 사는 것이 ‘사치품’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무행정연구소(労務行政研究所)가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197개사를 조사한 결과, 2025년도 입사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25만 5,115엔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196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2023년도 3.7%, 2024년도 5.1%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LIFULL(라이플)’에 따르면 5월, 도쿄 23구의 독신자용 아파트 월세는 11만 7,171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나 상승했다. 이는 전국에서 단연 돋보이는 상승률이며 같은 23구 내 가족용 주택(8.6% 상승)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배경에는 도쿄 독특한 인구동태가 있다. 일본 총무성의 인구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 15세에서 29세 사이의 남녀 9만 5천 명이 도쿄 23구로 전입했다. 이들 대부분은 진학이나 취업을 계기로 상경한 젊은 층이다. 이러한 전입자들이 거의 모두 1인 가구용 임대 주택을 찾기 때문에 만성적인 주택 부족인 위에 소유자들은 임대료를 올리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어서 젊은 층이 더 혼자 살기 어려워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34세 이하 직장인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주거비를 제외하고 약 14만 엔이다. 평균 초봉 25만 5천 엔은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21만 엔 내외가 되며 여기서 생활비를 제외하면 집세로 쓸 수 있는 돈은 약 7만 엔에 불과하다. 이는 도쿄 23구의 1인 가구용 맨션 평균 월세 11만 7천 엔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사실상 초봉만으로는 도쿄에서 혼자 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객들이 부동산 회사에 문의한 임대료를 LIFULL(라이플)이 조사한 결과 5월 도쿄 23구의 평균 희망 월세는 9만 6,646엔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만 엔 이하로 방을 구하려는 수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희망과 예산에 맞는 방을 찾지 못해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23구 외곽에 방을 빌리거나 부모님 집에 계속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쿄의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는 이제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초봉을 인상해도 직원들이 통근 가능한 거리에 거주할 곳이 없다면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고 이는 결국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체 기숙사나 사택을 폐지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를 다시 확충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관리 기업인 ‘다이와 라이프 넥스트(大和ライフネクスト)’는 기업을 대상으로 임대 사원 기숙사를 제공하는데, 5월 기준으로 계약 건수가 7,414실에 달하며 2020년 대비 70%나 증가했다.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급여 주택(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주택)’은 2023년 130만 호로 5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이는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추세가 반전된 것을 의미한다.
건설 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 현장의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임대 주택 공급은 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도쿄로 유입되는 입주 희망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주택 지원은 인재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