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낡고, 불편하다’는 이미지였던 맨션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신축 가격 폭등으로 아파트의 월세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 차이가 30% 이상으로 확대되며 맨션의 상대적 저렴함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맨션이라면 더 넓고 새로운 방에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공식적인 정의는 없으나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2층 이하의 경량 철골 구조 또는 목조 건물을 ‘아파트’, 3층 이상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을 ‘맨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일본 ‘아파트’를 맨션, 일본 ‘맨션’를 아파트로 부른다.
‘월 9만 엔 예산으로도 도쿄 내에서 지은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방에 살고 싶었다’고 말하는 20대 여성은 가와사키 시에서 도쿄도 내의 맨션으로 이사했다. 방 구조는 약 28㎡의 1K(방 1개와 부엌)이며 같은 지역의 아파트라면 월 11만 엔 전후가 시세다. 오토록(자동 잠금장치)과 수도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맨션은 시설 면 등에서 아파트보다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피되는 경향이 있었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athome’의 집계에 따르면 도쿄 23구의 1인 가구 대상(전용 면적 30㎡ 이하) 맨션의 1건당 문의 건수는 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하여 아파트의 증가율(25%)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월세의 저렴함이 있다. athome에 따르면 도쿄 23구 1인 가구 대상 맨션의 평균 모집 월세는 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른 6만 9278엔(관리비·공익비 포함)이다. 아파트(동 10.6% 오른 10만 3952엔)보다 30% 이상 저렴하며 그 격차는 과거 최대치로 벌어졌다. 30~50㎡ 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건축 비용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분양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축 가격이 치솟자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 층이 임대 시장으로 유입되어 월세 시세를 밀어 올리고 있다. 맨션은 역에서 다소 먼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역 근처 신축 아파트과의 비교에서 후보가 되기 어려웠던 과거와 대비된다.
최근 맨션의 인기가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넓은 방을 찾는 수요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 중개업체가 올해 집 찾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조사한 결과 ‘넓이/방 구조’라는 답변이 14.8%로 전년(8.7%)보다 대폭 늘어나 ‘월세 (26.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계약 갱신 시 넓은 방으로 이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 내에서 가능한 한 넓은 방을 찾은 결과 맨션을 선택하게 된 사람이 많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아파트보다 건축비 등의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낮은 월세로도 이익을 내기 쉽다.
도쿄 23구 아파트 월세가 1인 가구라도 10만 엔을 넘어서 혼자 살기를 포기하거나 교외에 살면서 통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맨션은 예산과 편리성 두 가지 희망을 모두 충족시키는 선택지로서 앞으로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